우리 집에서 '막걸리' 한번 만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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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생식 송새눈 기자] ‘막걸리 빚기 문화’가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이번 지정 예고의 대상은 막걸리를 빚는 작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생업과 의례, 경조사 활동 등에서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까지를 포괄했다.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일반적인 쌀 막걸리는 쌀을 깨끗이 씻어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 간 발효시켜 체에 거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와 ‘빨리’,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으로 ‘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을 말하며, 명칭이 순우리말이다.
이름 자체에서도 술을 만드는 방식과 그 특징이 드러나 있다.
가령 고두밥은 아주 되게 지어 고들고들하게 지은 된밥을 말한다. 주로 식혜나 술을 만들 때 발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누룩은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제다. 술을 만드는 효소를 가진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킨 것을 말한다.
막걸리는 멥쌀, 찹쌀, 보리쌀 등 곡류로 빚기 때문에 삼국 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삼국유사(三國遺事)』에 ‘미온(美?)’, ‘지주(旨酒)’, ‘료예(?醴)’ 등 막걸리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 확인되며, 고려 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등 당대 문인들의 문집에도 막걸리로 추측되는 ‘백주(白酒)’ 등의 용어가 확인된다.
조선 시대 『춘향전』,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목걸리’, ‘막걸니’ 등 한글로 표기된 막걸리를 찾아볼 수 있으며, 『규합총서(閨閤叢書)』,『음식디미방』을 비롯한 각종 조리서에서도 막걸리 만드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막걸리는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조 과정이 간단한 만큼 그 값이 저렴하여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의 대명사가 되었다. 농사꾼들 사이에서는 “같은 품삯을 받더라도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고 할 정도로 농번기에는 농민의 땀과 갈증을 해소하는 농주(農酒)로 기능하였다.
막걸리는 예로부터 마을 공동체의 생업·의례·경조사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였다.
오늘날에도 막걸리는 신주(神酒)로서 건축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릴 정도로 관련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는 많은 국민이 즐기고 향유하는 대중적인 술이다. 조선 시대까지 막걸리는 집집마다 가양주(家釀酒)로 빚어 집안 특유의 술맛을 유지해 왔으며, 김치, 된장과 같이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음식의 하나였다.
근대 이후 국가 정책의 흐름에 따라 가양주 대신 양조장 막걸리가 일반화되고 재료가 변화하기도 하였지만,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자가 제조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막걸리 빚기 문화’는 ▲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다는 점, ▲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막걸리 제조방법과 관련된 기록이 확인되는 점, ▲ 식품영양학, 민속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술연구 자료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 ▲ 농요·속담·문학작품 등 막걸리 관련 문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 전국에 분포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의 각 지역별 특색이 뚜렷한 점, ▲ 현재에도 생산 주체, 연구 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하여 막걸리를 빚는 전통지식이 전승·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다만, 막걸리 빚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 : 막걸리 거르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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