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칼럼] 한해 살이 고추 농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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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 때면 중부지방 이북에서는 고추씨를 뿌린다. 바로 밭에 내지는 않고, 모종으로 키우기 위해 씨를 뿌린다. 상업적으로 모종을 키워 파는 농부가 아닌, 자가 모종을 키워 밭에 내는 농부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상토 흙을 일반 흙에 섞은 토양에 뿌리거나, 상토 흙을 넣은 상자에 씨를 뿌리고 손가락 반 정도의 키가 될 때까지 키운다.
그걸 바로 밭에 내지 않는다. 촘촘해진 고추 모를 듬성듬성 다른 모판에 옮겨 심는다. 이후 일명 ‘포트’라 불리는 모판에 다시 옮겨 심어 본격적으로 밭에 나갈 준비를 한다. 서리가 오지 않을 5월 중순이후가 되면 밭으로 나간다. 보통 이를 ‘정식’이라고 한다.
상자에 씨를 뿌리는 경우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운 날이 많아 대개 집안에서 키운다. 날이 어느정도 풀리는 2월 중하순쯤에야 하우스로 나간다. 이때는 비닐과 보온 덥개로 보온을 유지해주고, 매일 물을 주어야 한다. 때로는 영양제와 함께 농약을 약하게 치기도 한다.
포트에 3번째로 옮겨심어진 고추모가 밭 한자리를 차지한 정식후에는 보통 보름정도는 비료도 주지 않고 그냥 놔둔다. 이를 모살이라한다. 뿌리가 밭 땅에 뿌리내리는 기간이다. 이후 고춧대를 세우고, 고추들이 쓰러지지 않게 고추들을 연결하는 줄을 매줄 때면, V자 대궁에는 꽃이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작은 열매가 열린다.
이후 고추나무는 급속도로 키가 크며 가지마다 고추를 주렁주렁 달게된다. 비라도 많이 오면, 물이 튀어 땅속의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기도한다. 보통 3번이상 추가로 비료를 주는게 보통인데, 진녹색 고추를 따서 팔기도 하고 빨갛게 읽은 고추를 따기도 한다. 자주 따 주어야 고추가 계속 열린다.
그리고 10월 20일 전후 서리가 내리면 고추의 생을 정리한다. 예전에는 불태워지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분쇄기에 갈거나 트랙터로 땅속에 넣어져, 이듬해 다른 작물의 거름이 된다.
고추씨 한 알이 맺는 고추는 대략 5kg이상일 것 같다. 고추 하나에 들어있는 고추씨가 7~80개라고 한다면, 로또도 이만한 로또가 없다. 좀 큰 눈꼽만한 크기의 고추씨가 자신의 크기의 100배도 넘게 크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많은 자식을 생성하는 것도 신기한일이다.
농부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게되면 병에 걸리고, 나무 하나에 병이 보이면 금새 밭전체로 번지는 것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제때 수학해야하고, 비료도 물도 줘야한다. 해충이나 병이 생길지라 농약도 쳐야한다.
자식키우듯 농작물을 키운다는 말은 그래서 빈말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고추를 키우고 재배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넘어, 내 삶의 시기와 고추의 일생을 견줘보기 시작한다. 나는 언제쯤에 해당할까?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달리는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일까? 아니면, 서리라도 내릴까 걱정하며, 수확을 서두르는 시기일까?
서리가 오기 전 고추를 뽑고, 보온덮개로 덮은 뒤 고추장아찌용 작은 고추를 따기도 하는데, 이 시기는 11월이 넘기도 한다. 아직 이 시기는 온 것 같지는 않고....
세월의 흐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벌써 1월의 끝자락에 닿아있다. 그때 그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밀려 살아온 날들이 적지 않다. 나의 가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겨울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자연의 원리에 머리를 끄덕이긴 하지만, 온몸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된 것 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 송찬영/ 본지 편집위원. 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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