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칼럼] 장수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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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날 70대 초반의 한 선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현역일 때가 좋지...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으면 진짜 몸으로 나이 듦을 느끼네. 어릴 적 마디 크듯 어른이 되듯이 그렇게 늙는다. 어릴 적 20kg 물건을 움직이지도 못하다 어느 순간 불끈 들어 올렸 듯이, 나이 들면 그렇게 쉽게 한일도 한없이 어려워져. 아픔이 일상이 되고, 아프다보니 나도 힘들고 자식도 힘드네. 그동안 벌었던 돈도 머리 조아리고 의사한테 다 갖다 바치고 있고... 이도 좋지 않아 맛있게 보이는 것도 잘 못먹고, 먹다보면 목에 걸리거나 소화가 되지도 않는게 다반사. 뭘 더하려 하기보다, 또 뭘 더 벌기보다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몸 관리해. 그리고 하고 싶은 것 해...”
2,30대 젊었을 때는 굵고 짧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굵지도 얇지도 않은 그저 그렇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살아낸 것 같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간혹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내가 그토록 어려웠던 아버지 나이를 지났고, 어릴 적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던 할아버지 나이도 문 앞에 있다. 부친의 삶을 생각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15년도 남지 않았다. 80세를 넘긴다 해도 20년 정도 남은 그냥 살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 대망의 21세기라는 2000년도도 벌써 23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선배가 얘기했듯, 이젠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관리가 필요할 터다.
선친은 71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조부께서도 50대에 돌아가셨다. 어릴 적 작은 할아버지께서는 장남이자 장손인 내게 집안 내력이 남성의 경우 길지 않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분도 60대 중반에 암으로 소천 하셨다. 선친의 유일한 남자 혈육인 숙부께서는 이제 80세를 바라보고 계신다. 유전적으로 장수집안이 아니라는 판단아래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시겠다며, 꾸준히 운동을 하신다.
아들은 모친을 많이 닮는다는 말이 있다. 논리적으로 딸은 아빠를 많이 닮을터다. 외가를 보면, 외조모께서는 93세를 사셨다. 외조부는 회갑정도 밖에 사시지 못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큰 이모외 다른 이모님들은 90세가 넘거나 올해 90세가 되셨다. 내 모친께서도 80대 중반이시다. 장수에 있어 유전적전 영향은 매우크다.
대체로 장수집안에 장수자가 나온다. 어쩌면 장수자들이 나오니 장수집안일게다.
장수연구자들에 따르면 장수의 가장 큰 요인은 이른바 유전 그리고 환경이다.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 유전인자로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이겨내기 어렵다. 따라서 집안 내력의 질병을 유심히 관찰하고, 미리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 아무리 장수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환경적 요인으로 유전변이가 생기거나 손상돼 본래 수명을 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고 보면, 태어나는 것도 잘 태어나야 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오행생식요법이나 역학은 태어날 때 가지고난 운명이나 체질을 얘기한다. 그 중 하나를 우리는 기질이라고 하기도 한다. 혈액형에 따른 사람 유형분류, 최근에는 NPTI라고 해서 사람의 성격, 성향을 분류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 이론들 모두의 공통점은 타고난 기본적 속성은 거의 변하지 않지만, 환경이나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수하는 것도 역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환경을 강조하는 이론에서는 집안의 장수내력을 같이하는 음식이나 부모의 영향을 들기도 한다. 골고루가 미덕인 상황에서 같은 밥상에서 밥을 같이 먹다보니, 유사한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자식은 부모를 알게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성격이나 마음가짐등이 닮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불안이 높은 부모, 목소리가 높은 부모 밑의 자녀들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사고이다. 교통사고, 집안내외의 골절 사고가 주요원인이다. 노화로 인한 근육량 감소, 골다공증 발생이 주요원인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한 운동과 음식섭취가 중요할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는 얘기가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암발병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장수가들의 자신들의 장수 원인으로 편안한 마음을 드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환경에 대한 유유자적한 태도, 이것이 건강과 수명을 늘리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운구기일(運九技一),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의 의지보다는 운에 의해 삶의 상당부분이 결정된다는 뜻일 게다. 이렇게 하늘의 뜻에 맡기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될 게다. 한편으로 이 단어 앞에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할 일을 다하고, 운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젊은이에게 장수란 말은 참 멀어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년이후에는 재력이나 사회적 성취 못지않게 자신의 건강과 수명연장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끝까지 남은 자가 이긴자라는 말이 있다. 굳이 이기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지만, 건강과 장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노년기도 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송찬영/ 본지 편집위원. 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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