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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의 참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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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0-11-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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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 며 살았다. 반듯하고 곧게 뻗어 자란 나 무(주로 소나무)는 일찌감치 재목감으로 잘려나가게 되어 크게 자라지 못하지만, 굽은 나무는 쓸모가 적어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아 오래 자란다는 의미다. 


처세술 등에도 은유적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여러 소나무 중에서 재 질이 으뜸이라는 금강소나무(금강송)의 존재가 잘 증명해준다. 수백년 거목 금강송은 사람들이 사는 주변 산에서는 보기 어렵다. 


강도가 좋 고 반듯해 집을 짓거나 관을 짜고, 선박 제작 용으로 금강 송이 제격이라 잘생긴 금강송 은 20m 안팎 자라면 곧잘 잘 려나갔다. 특별관리하거나 인간의 발 길이 닿기 어려운 두메산골에 는 수백년 낙락장송으로 버티 는 금강송이 많다. 


외지고 외 진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 리나 북면 일대에는 200~500 년 금강송이 많다. 그곳에도 운반해가기 좋은 지역은 거목 금강송이 드물다. 설악산에도 인 간 접근이 어려운 곳에만 수백년 거목이 있다. 


감시가 엄격했던 곳에도 거목은 있다. 조선 시대의 경복궁이나 지금의 청와대에서 가까운 서울 삼청공원에는 금강송 거목이 여럿 있다. 울진 춘양목도 400년 전부터 특별관리됐다. 북 한 금강산에서도 잘생긴 금강송숲을 확인했었 다. 


그런데 애국가의 서울 남산에는 쭉뻗은 소 나무 대신 못생긴 소나무가 주류다. 우리 산의 숲은 수많은 나무들이 모여 경쟁 하고, 공생한다. 그많은 나무들이 숲의 천이라 는 질서를 형성한다. 민둥산은 이끼와 풀숲이 되고, 이어 소나무로 대표되는 양지식물이 주 인이 된다. 


소나무의 영화도 영원하지는 않다. 옹골찬 소나무라지만 벌레의 공격이나 천이 등 에 따라 음지식물 참나무에 밀려난다. 참나무는 다람쥐, 곰 등 동물의 겨우살이 먹 이가 되는 도토리를 생산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참나무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 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종류가 여럿이지 만 자세하게 살펴봐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강원도 산골에 가면 굴 참나무 껍질(굴피)로 만든 너와 지붕을 볼 수도 있다. 주변에서 “우리나라 산에 따 라 자라는 나무의 특징이 다른 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한다. 제 주도나 남부해안에 난대림이나 아열대림이 형성되어 있다. 남 부·중부 지방은 온대성 기후여서 소나무, 참 나무가 대세다.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등 고산 정상부근에는 구상나무, 주목 등이 자라지만 온난화 영향도 받는다. 종합적으로는 1950년대 초 동족상잔 전쟁을 치른 산에서 는 산림녹화 등을 거쳐 다수의 숲 지배자는 소나무에서 참나 무류로 천이가 이뤄지고 있다. 일제가 전쟁물자로 소나무를 배어내고 아카시나무 등 속성 수를 심은 영향도 있다. 


조림 사업으로 외래종 속성수 낙엽 송·리기다소나무가 심어졌지 만 경제성이 적다. 개인들이 조성한 인공림에는 빼어난 곳이 많 다. 최근들어 참살이 열풍을 타고 50년 이상 육 림가들이 혼으로 가꾼 숲들이 주목받기도 한다. 전라남도 장성이나 장흥 등지 남부지방을 위주로 드넓은 편백나무(히노키)숲을 조성해 지금은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이 ‘치유의 숲’으 로 찾아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산과 숲을 얘기하는데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빼놓을 수 있겠는가. 지리산 역시 빨치산 활동 과 토벌의 아픈 상흔이 남아 있다. 제석단 인근 구상나무는 벌목꾼과 방화라는 어두운 역사가 아프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고유종 구상나무 복원 시도가 주능선 지역 등 지에서 시도되면서 원형 복원을 기대하게 한 다. 나무는 나무가 원하는 곳에서 살아야 할 것 이다. 


그런데 어디 현실은 그런가. 인공식목 작 업이나 가로수 조성, 빌딩 조경수 사업 등을 통 해 나무는 사람이 원하는 곳에서 자라며 고생 하거나 제 명을 다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무도 귀한 생명이다. 자랄 곳에서 자랄 수 있도록 인 간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춘규/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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